[제작노트] 16개의 제목들

작업을 시작하고 불면증이 생겼다. 그 덕에 16개의 소제목이 나왔지만 그 이후로 쓸데없는 불면증만 지속되고 작업은 풀리지 않고있다. 저만큼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돌아보면 또 제자리에 와있다. 결국 늘 같은 질문,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복&돌 초단편에서 내가 하고픈 이야기는 뭘까? 일상이라는 것은 아무 계획없이 담아 내기엔 너무나 방대하여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임을 경험과 배움으로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포인트가 있어야한다. 단순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 애니메이션이 아닌, 조금 더 깊은 사색, 또는 그 무언가. 매일 매일 개 두마리를 하루에 두 번 산책하는 이 일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사실 외로워서 시작한 일이다. 따뜻하고 풍요로운 가족의 곁에 돌아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는 삶을 살고 있다. 말이 통하고 생각이 통하는 친구가 없다. 힘들고 아프다고 털어놓고 맥주 한잔 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땐 닥치고 일하는 것이 최고의 해결법. 그래서 시작했다. 

다시 복&돌 초단편으로 돌아가서, 일단 두 개의 조건을 만족하는 시나리오를 짜야한다. 졸라 귀여움 + 아! 하는 정도의 통찰. 일종의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이 두가지만 생각하자. 그저 매일 매일 개 두마리를 아침, 저녁으로 산책시키는 일에 대한 짧은 에세이다. 털을 좀 빗기고 싶은데 맘처럼 안되서 고군분투하다 결국 땀범벅이 되는 그런 일상.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이가다도 내 앞에서 방귀를 뿡뿡 거리며 걸어가는 녀석들을 보면 웃음이 터져나오고, 한 겨울에 코가 새빨게 지도록 돌아다녀도 기분 좋은 그런 일상을 담아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