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교보에서 책을 골라 서점 한 켠에 마련된 공간에서 차분히 읽고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신랑과의 만날 시간까지 2시간 가량이 남아있고 허기도 져서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왔다. 꽤 긴 시간 동안 한 자리에 앉아있다 보니 내 양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한 번씩 바뀌었다. 첫번째 손님들은 왼쪽 테이블에서 정말 조용히 수다를 나누던 남녀, 오른쪽 테이블엔 까르륵 웃음 날아다니던 여학생 둘, 벽 쪽 테이블엔 여자친구와의 문제들을 시시콜콜 털어놓고있는 남자와 착하게 웃으면 들어주고 있는 여사친, 혹은 잠재적 여친이 자리했다. (이 세번째 손님들의 대화는 매우 흥미로왔다.) 앞의 손님들이 가고 다시 자리는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다. 왼쪽 테이블은 역시 남녀 손님이 자리했다. 아까보단 좀 더 수다스러운 커플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오른쪽 자리에 온 손님들은 대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남자 두명이었다. 이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쩌렁쩌렁한지 벽쪽 손님들이 누군지는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 남자손님들 덕분에 나는 너무나 소중히 골랐던 그 책은 읽지도 못한체 쓰레기 수출문제부터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미국등과의 온갖 문제들만 귀에 때려박히고 있는 중이다. 참으로 다양한 주제들이 이렇게나 획일적인 태도로 다뤄지는 걸 보면 난도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다. 그 난도질에 내 귀가 얼얼하다.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아주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짧은, 15분 정도면 다 그릴 수 있는, 굳이 사람일 필요는 없고 테이블과 움직이는 무언가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은 불가능할테지만...